[단독] 서울대 '정규직화 금지' 내부문건.. 2년 제한 피하려 꼼수까지
조희진
작성일 : 19-02-15 09:33조회 : 625회
[단독] 서울대 '정규직화 금지' 내부문건.. 2년 제한 피하려 꼼수까지
조효석 기자
입력 2019.02.12. 19:40
수정 2019.02.12. 21:20
문재인 정부 가이드라인은 물론 기존 비정규직법 취지도 거슬러
서울대 단과대에서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정규직) 전환을 금지하는 내용의 내부문건을 만들어 시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비정규직 사용기간 2년 제한을 피하기 위해 인수인계 기간을 따로 넣는 ‘꼼수’까지 동원했다. 문재인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은 물론 기존 비정규직법(기간제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내용이다.
서울대 자연대의 비정규직 행정직원 A씨(32)는 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31일 해고됐다. A씨는 2017년 1월부터 2년 가까이 장학금 업무 등을 전담해 왔다. 정규직으로 신분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행정실장은 그에게 1월에 계약이 종료될 것이란 통보문을 건네고 서명하라고 요구했다. 사유를 묻자 행정실장은 “주관적인 판단”이라며 “업무상 문제가 없지만 구성원과의 화합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노조가 추궁하자 학장은 A씨의 성과평가를 언급하며 업무능력 때문에 해고됐다고 말을 바꿨다. A씨는 해고 다음 날인 지난 1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이후 12일까지 서울대 캠퍼스에서 매일 피켓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부모에게는 걱정을 끼칠까봐 해고 사실을 숨겼다.
A씨는 자연대 측이 무기계약 금지 원칙을 이미 세워 놓았기 때문으로 의심했다. 실제 서울대 자연대는 지난해 11월 ‘자연과학대학 행정실 간접비직원 무기계약 전환 기준’ 문건을 작성했다. 국민일보가 12일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문건에는 ‘무기계약은 정년까지 원칙적으로 전환 금지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한 근거로 2010년 서울대 본부가 마련한 ‘비정규직운영개선 계획’을 들었다.
서울대 본부는 “정부 지침이 바뀌면서 2015년에 새로 공문을 보냈다. 비정규직운영개선 계획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문건”이라며 “단과대 측에서 이를 적용해 왔다면 잘못”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무기계약 전환 기준 문건을 작성한 행정실장은 지난해 6월까지 서울대 본부에서 비정규직 정책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어 관련 정책이 바뀐 걸 모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 측은 비정규직법 상 정규직 전환기준인 ‘2년’을 피하려고 편법도 썼다. 자연대는 A씨를 채용할 당시 2017년 1월 16일부터 근무가 가능해야 한다고 채용공고에 적고 실제로 이날부터 보름 동안 업무 인수인계를 시켰다. 그러나 정작 근로계약서는 2월 1일을 업무 시작일로 작성했다. 앞서 일한 인수인계 기간은 따로 일용계약서를 작성해 별도 고용관계인 것처럼 꾸몄다.
정규직 전환 여부를 정하는 심의도 허술하게 진행됐다. A씨의 정규직 전환 여부를 다룬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이 정한 노동계 추천 전문가나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교수는 “단순히 계약 종료라고 통보한 게 아니라 직원 간 화합, 근태 등을 이유로 들었다면 징계성 해고로 볼 수 있다. 자체 조사를 통해 근거를 확보하지 않은 이상 부당해고”라고 지적했다. 별도 일용계약에 대해서는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명확하다”면서 “국립대인 서울대가 앞장서 이런 편법을 쓰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오세정 서울대 신임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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