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부위·수면마취 위험도 비슷
소아는 마취제 반복 노출 피해야
노인은 일시적으로 섬망 올 수도
마취 오해와 진실
마취는 수술할 때 꼭 필요한 의료 행위다. 일시적으로 의식이나 운동·감각 신경을 억제해 환자가 통증 없이 수술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최근에는 가벼운 시술과 내시경 같은 검사가 보편화하면서 마취 시행이 많아졌다. 마취 건수가 늘어도 막연한 거부감은 여전하다. ‘마취에서 못 깨어나면 어쩌나’ ‘마취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한다. 마취는 철저한 환자 감시와 시행 전후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면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다. 마취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봤다.
마취는 의학적으로 환자의 의식과 신체 반응을 조절해 수술할 수 있는 신체 상태를 유지시키는 의료 행위다. 크게 전신마취·부위마취·수면마취(의식하 진정요법) 세 가지다.
전신마취는 중추신경의 작용을 억제해 의식이나 전신의 감각·운동·반사 신경을 차단한다. 부위마취는 의식이 깨어 있는 상태에서 척추·경막 외·말초 신경 등 신체 일부만 마취시킨다. 수면마취는 환자를 잠든 것과 같은 상태로 진정시키는 것이다. 이름을 부르거나 흔들면 깨어날 수 있는 정도다. 진정 상태를 만들어 환자의 통증이나 불안감 해소를 돕는다.
일부 환자는 전신마취가 다른 마취법에 비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마취 방법에 따른 위험도 차이는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마취는 본질적으로 중추신경계나 호흡·순환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수술 부위나 종류·시간, 환자의 건강 상태를 두루 고려해 마취법을 결정한다.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김종호 교수는 “환자 상태에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마취하면 위험성에 큰 차이가 없다”며 “어떤 마취든 마취 중이나 전후에 심혈관계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감시 장비나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신마취가 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은 마취에 대한 공포감을 부추긴다. 마취제는 수술 중 일시적으로 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간이나 신장·폐 등을 통해 체외로 배설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약효가 사라진다. 지속적인 뇌 기능이나 기억력 감퇴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수술에 대한 기억이 없는 것은 의도한 것이다. 환자가 수술 중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약제를 사용해 인위적으로 기억을 없앤다. 다만 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최승호 교수는 “소아는 한창 뇌가 발달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마취제에 반복 노출되는 것을 되도록 피하는 게 좋다”고 했다.
수술이 끝난 후에는 마취 전 상태로 되돌아가는 각성·회복의 과도기 단계를 거친다. 일반적으로 10여 분 내로 자발적인 호흡이 가능해지고 심혈관계가 안정되며 의식이 조금씩 돌아온다. 원상태로 완전히 회복하려면 수시간에서 수일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노인 환자는 밤에 잠을 잘 못 자고 헛것이 보이며 초조하고 산만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보호자는 마취의 영향으로 치매가 온 게 아닌가 오해할 수 있지만 섬망일 가능성이 크다. 일시적인 뇌의 혼돈 상태로 대부분 짧게는 1~3일, 길게는 2~3개월이 지나면 괜찮아진다.
부위마취는 하복부·하지 수술을 할 때 많이 시행된다. 그런데 척수 주위 공간에 마취제를 주입하기 때문에 수술 후 허리가 아프면 마취 탓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꽤 많다. 사실 수술 후 요통이 발생하는 것은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에 척추 주위 근육이 이완돼 자세가 불안정해졌기 때문이다. 또 수술 후 한 자세로 오래 누워 있으면 허리 부분에 일시적인 근육 강직이 나타나 요통을 유발할 수 있다.
요즘에는 비침습적 시술이 늘면서 수면마취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흔히 접할 수 있는 데다 전신마취와 달리 자가호흡이 가능하고 심폐 기능이 유지돼 비교적 간단한 마취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는 오해다. 수면마취에 쓰이는 정맥 마취제나 향정신성의약품, 아편 유사제는 용량이 조금만 많아져도 혈압 조절이 힘들고 숨 쉬기 어려운 위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기도 폐쇄가 우려되는 비만 환자나 수면무호흡증 환자, 저산소증 발생 위험이 큰 전신 질환자는 수면마취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김종호 교수는 “수면마취는 기도 확보와 심폐소생술에 숙련된 의료진이 관리·감독하는 환경에서 진행하고 산소포화도·혈압·체온 같은 환자의 활력 징후에 대한 지속 감시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소아에게 수술이 아닌 컴퓨터단층촬영(
CT
)·자기공명영상(
MRI
) 등 영상 검사를 할 때 수면마취를 하곤 한다. 부모는 통증이 있는 것도 아닌데 꼭 마취를 해야 하나 우려한다. 영상 검사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영상의 질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런데 소아는 의료진과 원활한 의사소통이 힘들고 검사하는 20~30분 동안 홀로 움직임 없이 있기 어렵다.
MRI
를 찍을 때는 검사실이 어둡고 소음이 심해 소아 대부분이 울고 보챈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검사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다시 찍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최승호 교수는 “소아는 장기의 기능이 성인처럼 완전하지 못하다”며 “수면마취 같은 진정요법을 할 때는 연령·체중·발달 상태를 고려해 약물의 종류와 용량을 결정하고 전신마취에 준해서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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