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삼성 라이온스 치어리더 황다건 인스타그램 갈무리
삼성 라이온스 소속 치어리더 황다건(18)이 온라인상에서 겪은 성희롱 피해를 호소한 이후 “치어리더가 성희롱의 원인”이라면서 직업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2차 가해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동료 치어리더와 누리꾼들이 “치어리더에게 성폭력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면서 비판에 나섰다.
지난 10일 황다건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치어리더라는 직업은 재미있고 좋은 직업이지만 그만큼의 대가가 이런 건가”라면서 극우 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의 게시글을 캡처한 사진을 함께 올렸다. 해당 게시글에는 황다건의 사진과 함께 도를 넘은 성희롱성 외모 품평글이 적혀 있었다.
황다건은 “댓글창은 더러워서 못 보겠다”면서 “관계하는 묘사부터 사진·영상 다양하게 (연락이) 오는데 제발 좀… 성희롱이 너무 심한 것 같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런 글을 보게 되면 그날 하루는 다 망치는 것 같고 하루종일 이 생각밖에 안난다”면서 “부모님이 이런거 보게되는 것도 그저 죄송스러울 따름”이라고도 토로했다. 이후 논란이 커져 이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다.
황다건의 피해 호소 이후 포털 사이트와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 댓글란에는 “(치어리더가 성희롱의) 원인 제공을 하는 직업” “노출 심한 옷을 입고 객석 앞에 서면 이슈와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치어리더가 원래 그런 직업이다” 등 성희롱의 원인이 치어리더에게 있다는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급기야 “보는 사람도 불편하고 하는 사람도 불편한데 없애는 게 답”이라면서 치어리더를 없애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스포츠 경기에 치어리더를 없애달라”는 청원글까지 등장했다. 12일 오후 3시 현재 476명이 참여한 해당 청원글에는 “자신이 만드는 문화. 벗지 말고 하든가”라는 비난 댓글이 달려있다.
이러한 반응에 대해 동료 치어리더와 누리꾼들은 “문제는 치어리더가 아닌 성희롱 가해자와 이를 부추기는 문화에 있다”며 반박에 나섰다.
치어리더 심혜성은 지난 1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성희롱이 싫으면 노출이 없는 옷을 입어라, 노출 없는 일을 해라’는 말로 피해자에게 모든 책임을 안긴다”라며 “수십수백 명의 치어리더가 성희롱을 수도 없이 당해도 그중 몇 명이 나처럼 자기 의견을 알릴 수 있을까?”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초상권도, 피해를 입고 피해 입었다고 말할 권리도, 피해자가 될 권리도 그 어떤 인권도 없는 우리일지도”라며 “어떤 의견도 내지 못하는, 어리고 조신하지만 너희들의 성욕은 채워줘야 하는 직업일지도”라며 치어리더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비판했다.
이 글에 치어리더 박현영도 “우리가 노출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닌, 그냥 춤추고 무대 위의 서는 게 좋아서 치어리더라는 일을 하는 사람도 충분히 많다는 걸 알아달라. 제발”이라고 동조했다.
누리꾼들은 트위터에 “치어리더가 언제부터 남자들 성욕 채워주는 직업이었나?” “치어리더는 운동 경기장에서 관중의 흥과 응원을 유도하는 직업이지 성적 대상화되는 직업이 아니다” “없애야 할 것은 치어리더가 아닌 성희롱 가해자”라면서 성희롱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의견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남자들은 치어리더를 없애자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치어리더를 보기 위해 응원석 맨 앞자리를 차지한 것은 거의 남성들이다”라면서 “치어리더 중에는 노출이 적은 기본 유니폼을 입은 이들도 많은데 그럼에도 외모를 평가하고 희롱하는 발언들이 쏟아진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12일 오후 3시 현재 트위터에는 관련 의견이 1만8000회 이상 게시되고 있다.
윤김지영 건국대 교수는 치어리더를 없애자는 여론의 흐름에 대해 “성폭력의 원인을 여성에게 돌려 남성들의 성폭력 문화에 면죄부를 주는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윤김 교수는 “여성이 남성으로부터 성적 대상화되는 것을 거부했을 때, 이를 반성하기보다는 여성을 열외시키면서 기존의 남성중심적 집단성을 강화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인턴 여성이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면 그 대처법으로 여성 인턴을 채용하지 않거나, 사내 성폭력이 발생했다고 여성 직원과 접촉 자체를 피하는 ‘펜스룰’을 도입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하는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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